결혼의 시작

과학기술인공제회 회원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 예식장으로 선택했다. 꽤나 할인율이 좋았다.

언제쯤 결혼하고 싶냐는 애인의 말에 

"난 빨리하고 싶어. 오빠는?" 이라고 말했다. 

애인은 주변 지인들이 본인의 결혼을 얼마나 열렬히 바라는지 여러 인물들을 언급하며 이야기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오빠는?"

애인은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지"라고 이야기했던것 같다. 정확한 워딩은 잘 생각나지 않네. 

 

이 대화가 오고가고 나서부턴 결혼 준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몇달전부터 서로의 부모님을 뵙기로한 날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을 즈음이기 때문에 더욱 물살이 거세졌다고 생각한다. 

 

10월 첫째주 : 추석

10월 둘째주 : 우리 부모님에게 애인을 소개하는 자리

10월 셋째주 : 신혼집 계약 + 애인의 부모님을 나를 소개하는 자리 + 웨딩홀 예약

10월 넷째주 : 주선자에게 점심대접 + 웨딩박람회 구경 -> 한복은 견적만 상담. 웨딩밴드 예약 

 

그렇게 10월말이 되어버렸다. 약 한달동안 몰아쳐서 굵직한 결정들은 대부분 완료했다. 

20대의 나는 결혼 생활 자체에 대한 환상이 꽤나 있었다. 아니다.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야외에서 결혼식을 하는 스몰웨딩을 생각했다. 이효리의 결혼식처럼. 

 

하지만 주변 지인들의 결혼식 준비과정을 듣다보며 깨달은 것은 결혼식 날은 우리를 위한 날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랑 신부의 결혼식이긴 한데 두 가정의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그런 치열한 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장애물 달리기 같다고 해야할까?

허들도 넘어야하고(서로간의 의견 개진과 싸움과 타협)

쪽지를 뽑아서 미션을 해결해야하고(각 집안에서 던져주는 미션)

어쨌든 계속 앞으로 달려가야하니(일정은 정해져있으니).

 

매우 다행스럽게도 애인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 모두 예물, 예단, 폐백은 생략하자고 하셨고

코로나로 인해 점심시간만 좀 피하면 좋겠다는 정도의 우리집 측의 의견정도만 반영하였다. 

 

애인은 결혼 준비에 있어서 대부분 내 의견을 맞추겠다고 먼저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애인은 통화중에 '결혼 준비 때 자기가 하자고 하는건 다 할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하자고 하는게 별로 없어서 뭔가 더 해주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하며 피부샵 회원권을 끊어주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근데 정말 난 별로 결혼식에 바라는게 없다. 

이것 또한 환상일지 모르겠지만 같이 있을 때 행복하고 즐거운 애인과 누군가의 눈치보지 않고 같이 웃으면서 살고 싶다. 

정도가 나의 바람이라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