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한다는 것

고향집에서 가끔 야채나 채소 등 식재료를 많이 받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점심을 싸가곤 한다. 

개인적으로 밖에서 사먹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식재료들이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것도 두고 볼수가 없기 때문에 귀찮지만 요리를 해서 반찬을 만들고 그 다음날의 점심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회의실에서 점심을 묵묵히 먹고나면 12시 15분에서 20분 정도. 회사 탕비실에서 수저를 간단하게 씻고 도시락을 정리한다. 그리고 텀블러에 얼음과 물을 적당하게 넣어 밖으로 나와 25분정도 무작정 걷는다. 

 

환경이야기를 갑자기 꺼내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내 점심이야기까지 했다.

 

개인들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개인들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비닐 대신에 천가방을 들고다니면서 장을 보고,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노력은 정말 칭찬받을만하지만 지금의 환경문제는 개인의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지금의 환경문제라기 보다는 수십년 전부터 그러했을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가축들의 살처분, 전염병, 쓰레기 대란 등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것들의 결과물이 인류까지 쓸어버릴 기세다. 진보정당이든(특히 녹색당) 환경단체든 주구장창 '지금 당장'을 외치지만 사람들은 성장만을 바라본다. 성장하지 않아서 생기는 사회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또한 사실이긴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상유지는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성장이 자본주의의 원동력이고 그로 인해 인류는 자멸하게 될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해 테이크아웃잔을 매장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으나 코로나 시기에는 어쩔수 없이 그 제한을 풀어버렸다. 온 세상이 일회용천지다. 민주당은 정의당의 '그린뉴딜'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가져가놓고 내실을 모두다 빼버렸다. 누구를 위한 그린뉴딜인가. 일회용품의 소재를 친환경 또는 생분해성으로 나아갈 수 있게 전략적으로 지원해야할 것이다. 

 

예전에 한창 채식을 할 때가 있었다. 벌써 7,8년 전이지. 그 때 내가 채식을 한다고 이야기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를 공격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내가 채식을 하니까 너희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있다고 속으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입밖으로 이야기를 꺼낸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채식을 하는 나에게 여러가지 질문으로 곤혹스럽게 했다. '식물은 아픈거 못느낀다고 누가 그래?''그럼 고기 먹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 우리는 나쁜사람들이냐?''영양학적으로 채식하는 사람들 단백질 부족이야. 고기를 먹어야해 고기를.'

 

환경이야기를 해도 똑같다. 일회용을 줄이고, 테이크아웃잔에서도 굳이 필요하지 않으면 빨대를 안 쓰는게 좋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를 하면 몇몇 사람들은 채식 때와 비슷한 논리로 나를 공격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환경, 채식, 인권 이야기를 당 사람들 말고는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 내가 불편할까봐, 그 사람들이 불편할까봐. 친구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민주주의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싸워야한다. 하지만 난 겁쟁인것 같다. 싸우는것이 무서워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