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4 여름에 텐트는 타프 아래에 있어야한다.

우린 너무 아무 대책 없이 캠핑을 떠났다. 

난 지인에게 텐트를 빌렸고, 남편은 지인에게 타프와 테이블 그리고 캠핑 체어를 빌렸다. 

우리는 테스트 용으로라도 그것들을 쳐보지 않고, 캠핑을 떠났다.

사실 남편이 군대를 갔다왔으니 막연히 잘 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던것 같다. 그리고 나도 두 세번 정도 텐트를 친 경험이 있어서 별다르게 어려울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캠핑장에 도착한것은 낮 12시. 

바람은 시원했으나 햇빛은 뜨거웠다. 

우리가 예약한 자리는 양 옆으로 텐트가 이미 설치된 상태였다. 왼쪽으로는 넓다란 타프, 텐트,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것 같았고, 오른쪽은 모든 것이 갖춰진 캠핑카와 타프가 설치되어있었다.

그들의 넓직한 텐트들 사이에서 오렌지 색깔의 앙증맞은 우리 텐트가 너무 맘에 들었다. 

분명 3인용 텐트인데도 이 두 가족들 사이에 끼어있자니 귀여워졌다. 

 

우선 텐트를 먼저 쳤다.(이 선택이 결과적으로 많은 부분을 깨닫게 했다.) 

아직 용어를 정확하게는 다 모르겠지만 텐트는 매쉬 소재의 내부 텐트와 겉 표면을 감싸는 외부 덮개로 나뉘어져있었다. 

내부텐트는 굳이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감으로 설치할 수 있었고, 남편과 5분이나 걸렸을까? 금방 완성이 되었다. 

하지만 이 외부덮개를 어떻게 쳐야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앞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이 줄들이 도대체 무슨 용도인지 몰랐기 때문인데, 남편도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우린 타프라도 먼저 치자고 결정했고, 타프를 치기 시작하였으나 남편은 줄이 모자라다며 빌려준 지인에게 전화로 도움을 청했으나 그 지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타프 양 기둥의 길이에 비해 줄이 짧았고, 모자랐다. 우리는 허둥지둥 거리며 텐트에서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것같은 줄들을 풀어 타프를 고정하기로 했고, 결국엔 완성을 시켰다. 동시에 나는 텐트 가방에 그려진 실제 텐트 사진을 보면서 위치를 잡았고,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던 모든 것들의 필요성을 단박에 깨우쳤다. (역시 모르면 사용설명서를 읽어야한다.)

텐트와 타프를 모두 설치하고 나니 13:30. 우리는 약 한시간 반동안 텐트를 설치한 것이다. 

 

땀을 한바가지 쏟는 남편을 바라보며 측은함을 느꼈고, 텐트 안에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권했으나 텐트 안은 찜질방이었다. 

 

후에 알게 된 바로는 타프와 텐트의 위치가 정해진건 아니지만 이런 여름날일 경우엔 텐트 전부가 타프 안으로 들어와있어야했다. 

그리고 타프를 먼저 설치해야했었다. 타프의 위치가 잡히면 텐트를 안에 넣는건 쉬운작업이란다. 과연 그랬을까? 싶지만 고생을 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로는 그렇다. 

 

 땀을 흘리고 먹는 맥주는 꿀맛이었고, 남편과 나는 또띠아 토마토 피자를 3판 만들어 먹고는 정말 그냥 앉아있었다. 

캠핑이라는건 그냥 먹고 가만히 있는것일까? 이 캠핑장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과 같이 캠핑장을 돌아다녀보았지만 모두들 먹거나 그냥 앉아 있을 뿐이었다. 

 

디에디트 뉴스레터에 있는 캠핑과 관련된 컨텐츠를 보다가 갑자기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 이렇게 캠핑을 하게 되었으나 위치 선정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든다. 

다음에는 조금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나 땡볕이 아닌 숲속, 또는 바닷가 근처의 방풍림 아래서 해봐야겠다는 혼자만의 결심을 해보았다.

 

오늘 부모님의 시골집에 들렸다가 코펠 세트가 있길래 쓰시지 않느냐고 물어본뒤, 결국 업어왔다.

10월즈음에는 좋은 곳으로 캠핑을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