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고요한 밤의 눈

 

내가 이해할수 없는 건 태어날 때도 무이고 앞으로도 계속 무일 사람들이 타고난 유들을 찬양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불과 십년만에 세상이 이리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십년 전에도 세상이 아주 살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빠지니 알겠다. 그때가 얼마나 좋았는지.

 

실망으로 실패로 끝나버린 일들. 하지만 여전히 꿈을 꾼다.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한다.

이 세상의 모든 패자들처럼 패배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 져도 내일 이기면 이긴 거다. 무엇에 이겨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매일 싸운다. 사는 건 누구에게나 전쟁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우리를 모른 체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등 뒤를 모른 체한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하지만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우리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가짜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진짜이다.

 

동정은 사치이고 특권이다. 자신들 이외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감수성 제로의 인간이 되어간다. 이제 변명도 설명도 필요 없다.

 

다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혹은 올바른 소수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게 촛불, 혹은 죽음뿐인게 정상입니까?

 

우파 정치의 핵심 정서는 수치심이고, 좌파 정서의 핵심은 죄의식이라던데, 자네는 좌파인가?

 

세상은 지배하기 더 쉬워졌다. 가난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이며 그저 그렇게 살다 죽는건 억울한 일이 아니며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졌다. 원망해야 하는 건 오로지 당신 자신 뿐이다. 그래서 자살은 당연한 것이다.

 

너무 힘들면 그만두어도 돼. 너는 아직 젊어. 아니, 심지어 어리지. 지금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젊긴 하지만 어리지는 않으니까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다.

 

내가 젊었을 때 세상은 믿음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했지. 프롤레타리아가 결국에는 승리하는 믿음. 기계문명이 인간을 편안하게 살게 하리라는 미래주의적 믿음.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구원하리라는 인간주의에 대한 믿음. 우리는 모두 믿음과 신념의 인간이었지.

 

한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때로 지극히 단순한 믿음이다.

 

요즘 세상은 내부가 아닌 외부의 쉬운 적을 만들도록 합니다. 약자를 공격하고 인권 개념이 희박해지고 꿈이 없어지거나 획일화되고 있죠.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든 돈을 버세요. 안정된 직장에 취직해서 살아남으세요. 사람들이 그런 세상을 정상으로 믿도록 만듭니다. 이건 음모론도 아니고,, 너무 빤해서 음모 축에도 끼질 못할 것들이죠.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칼 폴라니는 경제에 휘둘리는 사회의 자기보호운동이 인간의 역사를 만든다고 했는데, 저는 그말을 믿습니다.

 

요즘 우리의 저항은 어쩌면 안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린 아마 안 될 거야. 해봤자 아무 소용 없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냉정한 비관 속에서 우리는지지 않기 위해 모른척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말했죠. 내가 사는 곳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그 사랑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근본이라고. 그 모든 깨달음으로부터 치유가 온다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재능ㅇ과 열정에 눈을 뜨고 공부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힌 뒤 참여하라고. 진부하지만 늘 사랑은 정답이었죠.

 

모호한 정의의 시대. 흐릿하게 말하면 막연하게 알아들었다. 그 누구도 정확한 정의에 집착하지 않았다. 상대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그리고 상대가 나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에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는 것. 너는 이런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채로 사는 것이야말로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바였다.

 

현실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정당한 분노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여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 사람. 바꿀 수 있다. 해낼 수 있다는 격렬한 희망을 여전히 품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는 철학자이고, 박애주의자이고 천재인 동시에 필연적으로 패배자겠죠.

 

한 사람을 핵으로 전체가 뭉치는 것으로 세계가 변하는데 전체가 뭉치지 않으면 그 한 사람도 무력해지는 거니까요.

 

어떤 이들은 밤을 낮처럼 즐겼고, 어떤 이들은 밤을 낮처럼 일했다. 누군가는 일 없이 휴식하고 누군가는 휴식 없이 일했다. 휴식 없이 일하는 자들로 인해 일 없이 휴식하는 자들의 자산은 늘어났다. 그들은 그 가치를 정당하게 배분하지 않았다. 독점은 습관이 되었고 당연한 이치가 되어갔다. 착취는 습성이 되었고 당연한 방식이 되어갔다.

 

그녀는 계약직이다. 대우받은 만큼만 하면 된다. 최악의 상황은 잘리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니, 어떻게든 곧 잘리게 계약되어있는 사람이다. 미래가 없으면 책임도 가벼워지는 법이다.

 

최고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담겨있는 법입니다. 역사가 승자들에 의해 쓰이는건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패자들은 무얼 쓸까요?? 진실을 쓸때까지 멈추지 마십시오. -은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