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충대 진료를 봤고 사시 판정을 받았다.

지난 7월 영유아검진을 갔을 때 사시가 보이는것 같다고 안과를 가보라고 했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이 그래 한번 가보자.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안과에 전화했는데 아기 사시는 못 본다고 하더라. 그래서 옆동네에 있는 안과에 전화했더니 가능하다고 보러 오라고 했다. 

어쨌든 남편과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을 했는데 영아 내사시인것 같다며 대학병원 의뢰서를 적어주었다.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어찌해야하나 싶었다. 

 

백일 이후부터 사시가 보이긴 했는데 어렸을 때 그러다가 나중에 없어진다더라 라는 말을 믿고 안과 진료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이야기를 소아과 쌤한테 했더니 그 말 어디서 들었냐며. 아니라고 하시더라. 쌤이 말 안해줬음 진짜 그러려니 했을것이다. 

 

안과 진료를 받고 당일날 충남대 병원을 예약하려 했는데 2개월이나 지난 날짜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뭐 어쩔수 있나. 예약을 잡았다. 

혹시나 싶어 건양대 병원에도 전화를 했는데 당장 다음주에도 진료는 가능한데 수술을 하시는 쌤이 아니라고 하셨다. (공상묵 교수님이신데 원래 소아안과 전문으로 하셨지만 연세 때문에 더이상 수술을 진행하진 않는것 같더라) 수술하시는 선생님에게 예약하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한다며. 결국엔 건양대병원을 예약했다가 다시 취소하고 충남대 병원 예약을 기다리기로 했다. 

 

두달이 걸려 오늘이 되었다. 

이연희 교수님은 소아안과를 전문으로 보시는 분이셔서 그런가 진료실에는 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시력이 안좋은 애들도 있겠지만 간혹 딸내미처럼 사시가 보이는 애들도 있었다. 

원래 예정시간보다 10분정도 지체되었지만 대학병원에 좀 다녀본 나로써는 이정도면 양호하다고 생각이들었다. 

 

첫번째 진료

이것저것 검사(뽀로로 야광봉 같은 것으로 나름 애기 관심을 끌려고 꽤나 노력하셨음)하더니 사시쪽 눈으로 제대로 쳐다보지 않아 반대쪽 눈을 반창고 같은걸로 붙이고 다시 검사를 하자고 내보내심

 

두번째

밖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반창고를 붙여주셨고 다시 들어가서 진료를 보았다. 눈 안쪽도 봐야한다고 하셔서 놀랐는데 알고보니 산동검사라고 해서 눈에 안약을 일정 시간 간격으로 여러차례 넣어 동공을 확장시킨 후 특수 렌즈 같은것으로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어쨌든 산동검사 준비를 위해 밖으로 다시 나갔다.

 

진료실 밖.

총 3번의 안약을 양쪽 눈에 집어 넣게 되는데 안약을 넣고 나서 10분뒤 한번 넣고, 다시 10분을 기다렸다가 넣고해서 총 30분이 걸렸다.

그런데 다 넣고나서는 30분을 기다려라고 해서 밖에서 30분을 기다리는데 엄청나게 울어댔다. 어떻게 해도 울어댔는데 알고보니 낮잠을 제대로 못자서 피곤해서 울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30분을 기다린 후 다시 간호사선생님께 갔는데 동공이 지금 확장중인것 같다며 20분뒤에 다시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20분 대기. 20분 후 다시 간호사선생님이 보시더니 진료준비된것 같다고 하셔서 다시 진료 대기를 했다.

 

세번째.

딸이 정말 협조를 못했다. 아기니까 어쩔수 없이 계속 얼굴을 흔들어대고, 눈을 비비고 울고 불고 악을 써댔다. 처음보는 모습이라 너무 당황했지만 마음이 아픈게 더 컸다. 어쨌든 선생님이 이렇게는 못보겠다며 처치실에 눕혀놓고 봐야겠다고 하셨다. 결국 진료실 옆 처치실에서 손발을 다 묶어놓고(속싸개 찍찍이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듯. 스와들미 같은 느낌이다.)진료를 보는데 남편과 나는 처치실 밖에서 딸의 외침과 눈물과 악다구를 들으며 마음 아파했다.

 

네번째.

진료를 보신 선생님께서 눈 안쪽에 신경이나 망막에는 문제가 없어보이며 다만 왼쪽 눈에 원시가 있다고 하셨다. 시력엔 큰 문제가 없는데 왼쪽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약시가 되어 결국엔 왼쪽으로 물체를 볼수 없을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가림막치료를 한달하고 다시 내원하기로 했다. 하루 6시간을 목표로 가림막 치료 열심히하라고 하셨고 아기가 왼쪽 눈을 코쪽으로는 잘 모아지는데(그래서 사시...) 바깥쪽(왼쪽)으로 동공이 잘 안나가니 그걸 잘 관찰하라고 하셨다. 

가림막 치료가 잘 안되면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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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왔다갔다도 많이하고 대기도 꽤나 많이해서 수유 시간이 꼬이긴 했지만 어쨌든 진료를 봐서 속이 시원해지긴 했다. 특히나 시력쪽에 큰 문제가 있는것은 아닐까, 신경쪽에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을 했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우리 부부는 수술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어서 오히려 가림막치료를 하자고 이야기하시니 다행인가 싶었다. 그래도 수술할 수도 있다는건 항상 염두해야겠다. 

 

참고로 다음에 갈때는 유모차를 가져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충남대 병원 1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주차빌딩) 2층에 주차했지만 계단만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유모차를 남편이 들고, 내가 딸은 안고 내려갔어야했다. (승차대기장 이라는 구역이 존재하는데 거기에서 우선 유모차와 아기를 내려놓고 남편만 주차를 하고 왔어도 되지않았을까 싶긴하다. 나갈때는 그렇게했음. 다만 남편이 유모차를 끌고 올라갔지) 거기다가 딸이 생각보다 많이 보채서 유모차에 둘수가 없었다. 2시에 도착해서 5시에 나왔는데 진료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안고 있었다. 다음엔 아기띠와 남편과 내가 먹을 물이나 간식을 챙겨가야지. 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