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제목대로 오늘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는 행동은 충동적이었으나 삭제하고자 하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고등학교 동창들의 일상, 친구들의 여행 사진, 인스타 감성 카페, 맛집등의 잡다한 일상다반사가 올려진 인스타그램을 보다 문득 지겹다고 느꼈다. 

 

고등학교 친구들 다 공부 열심히 했고, 직장도 구해서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육아를 하는 순간 모든것은 아이뿐이다. 

분명 출산 소식이 1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여전히 육아 게시물을 열심히 올리는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거리감이 느껴졌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임신과 출산의 결과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해갈지가 궁금하면서도 걱정되는것은 사실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이제 단순히 친구들과의 일상 공유를 넘어서 인플루언서들을 필두로 한 바이럴이 판을치며, 검색을 통한 결과는 육감적인 여자의 사진과(자의인지, 타의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XXX 지역 사람들만 아는 맛집 TOP 5'와 같은 광고성 게시물만이 넘쳐날 뿐이다. 

 

지난 달, 제주도 여행에서 내가 정말 찾고자 한것은 정말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이었다. 인스타 감성 인테리어, 연예인 누가 왔다는 소문 등 모두 필요없었다. 그냥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 한잔뿐이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인스타그램, 트위터 모두를 이용해 검색해보았으나 어떤 곳은 폐업하였고, 다른 어떤 곳은 맛과는 거리가 멀게 생긴 곳이었다.(이것은 말로 설명하긴 어려우나, 너무 인테리어에만 공들인 모습 때문이었는데 이는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다. 디자인이 힙하고 커피맛도 맛있는 곳은 당연히 있지 않겠나.)

 

학창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도 맛집은 있었다. 어딘가에 게시글로 돌아다니진 않았지만 지역사람들은 그 곳이 맛집이란걸 알았고 다른 지역에서 친구가 오면 데리고 가는 곳이라는게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바이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제 맛집은 광고로만 존재한다. 네이버, 인스타에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마지막 포스팅은 항상 '후원(스폰)받아 작성하였고, 솔직하게 리뷰하였다.'라고 적혀있다. 과연 그 포스팅은 솔직한 리뷰일까? 누군가에게 돈 또는 상품을 제공받고 그 상품을 비판하는 리뷰를 쓰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2774635 

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위 책의 논지는 간단하다. SNS하지 마라! 이다.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때, 무료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문자 그대로 우리는 돈을 지불하진 않는다. 우리의 정보가 다른 회사들의 제품으로 지불될 뿐이지. 

어떻게 하면 앱에 더 오랜 시간 머무를수 있게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앱을 더 이용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의 취향을 알아내어 적합한 광고를 보여줄까? 핵심은 광고이다. 

 

이번에 메타(구, 페이스북) 주가가 바닥을 쳤다. 많은 사용자가 이탈한 것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제일 큰 문제는 광고로 수익이 잘 나지 않아서이다. 요즘 아이폰 앱을 업데이트하면 앱을 시작할 때 묻는 것이 있다. '앱에 추적허용 금지'. 앱이 더 이상 내 정보를 가져가지 못하는 옵션을 걸어놓은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금지 버튼을 누르긴 했으나 이것으로 돈을 벌던 업체의 주가가 떨어질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업무 시간 중, 시간 날 때마다 들어갔던 인스타그램이었으나 막상 삭제해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SNS 벗어나기에 대해 주기적으로 글을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