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과 커스텀 시티백

때는 바야흐로 2016년.

 

친한 동생이 갑자기 오토바이를 샀다며, 너무 편하고 좋다며 언니도 꼭 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더니.

어느 순간 중고나라에서 열심히 오토바이를 검색하는 나를 발견했고, 결국에 난 시티백을 40만원에 사게되었다. 

원래 오토바이는 중국집 배달하면 떠오르는 빨간 컬러에 뒷자리는 철가방이 붙어있던 자국만 휑하니 남아있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받은 그 길로, 동네 오토바이 가게에서 튜닝을 시작하게 되는데... 

결국 오토바이를 산 40만원보다 3배 정도 더 써서 120만원치 튜닝을 했다. 

카키색 도색 + 마후라 교체 + 시트 교체 + 기타 자잘한 수리까지. 

난 잘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주위 사람들은 내가 호구라며 너무 비싸게 수리했다고 했지만 난 괜찮았다. 

 

당시 난, 갑상선암진단을 받은지 3,4개월 정도 되었었지만 검색을 하면할 수록 지금 내가 수술을 받는게 맞는지, 아닌지 혼자 고민을 많이 하던 찰나였다. 유명하다던 서울의 한의원을 다니면서 약 2,3달간 한약도 지어먹고 음식도 조절해봤지만 결국 나아지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한의원의 대기실에는 '갑상선암이 좋아졌어요~. 크기가 줄었어요' 등의 자필 사연들은 전시해 놓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혹시, 나도 괜찮아 질까 했지만 역시나였다. (그 때 이후로 정말 한의원이라면 치가 떨린다. 일반 병원가서는 약을 먹었는데 효과가 없으면 득달같이 가서 따지는 사람들이 한의원만 가면 딱히 차도가 없어도 , 그럴수 있지. 라는 식이다. 한약 한번 지어먹는대도 최소 30,40만원인데 그 돈은 아깝지 않은가보다.)

 

2, 3개월을 방황하다 결국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수술 예약을 잡았다. 하지만 대학병원인지라 asap으로 수술을 할 순 없었다.

2016년 10월 즈음에 수술을 하였는데, 예약하고 수술하기까지 2, 3개월은 걸린듯 싶다.

 

어쨌든 한약을 먹고 수술을 받기까지의 시간 동안 이 젊은 나이에 내가 왜? 라는 물음과 무엇을 위해 그렇게 회사에 몸바쳐 일했는지 정말 절망스러웠다. 그러다보니 막나가는 심정으로 레종 담배도 한갑 사보고, 오토바이까지 지르는 기행을 저지른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이 가지는 어떠한 저항적인 이미지가 나에게 남아있었고, 결국엔 그 이미지 때문에 오토바이를 구매했던것 같다.

 

대전 유성구 봉산동에서부터 대전 서구 용문동으로 이사와서까지 타고 다닐 수 있었고 오토바이가 있어서 정의당 지방선거도 필요한 위치마다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오토바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어디든 주차할 수 있었으며, 어디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수 있었다.  

2019년 중순즈음에 일하던 스타트업 대표님에게 10만원을 받고 오토바이를 팔았고, 2020년 4월 지금의 소나타를 샀다. 

 

가끔은 시티백을 타고 동네 카페와 빵집을 누비던 시절이 생각난다. 

시티백이 그리워서일까, 젊었던 내가 그리워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