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았던 봉산동 집은

2013년 대전 유성구 관평동에서 터를 잡아 2년간 전세를 살고, 건물주가 바뀌면서 관평동보다 집값이 저렴한 봉산동으로 이사를 갔다.

분리형 원룸의 관평동 집은 전세가가 3500, 봉산동은 3800이었는데 이사간 봉산동의 집은 아무런 옵션이 없는 집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구와 가전제품(냉장고, 전자렌지)은 중고가구 점에서 한꺼번에 구매를 해서 이사비용과 물건을 채워넣는 것만으로 따지면 150정도 들었을까?

당시 이상한 곳에서 돈을 쓰고 싶었는데 모터가 달린 제품들은 새거로 사야된다라는 혼자만의 이상한 신념이 존재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서 통돌이 세탁기 50만원, 청소기 25만원의 거금을 들여 장만했다. 

 

이 집은 1층은 집주인 어르신들의 창고, 2층은 본인들이 사는 곳, 3층의 2개의 집을 마련하여 세를 주고 있었는데 이 집에 들어오려면 열쇠가 있어야했다. 어르신의 취향인지... 종종 열쇠를 깜빡하고 왔을 땐, 집주인분에게 전화해서 열어달라고 사정해야했었다. 

관평동의 원룸은 나와 고양이가 같이 생활하기에 너무 좁았다. 집사라면 고양이에게 더 잘 해주고 싶고, 더 넓은데로 이사가서 더 좋은 환경을 주고 싶은 맘이 항상 있을것이다. 양갱이를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 창문 넘어서 벽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아무 옵션도 없는 불편한 집이지만 양갱이를 위해 선택할수밖에 없었다.

종종 양갱이가 방충망에 붙은 파리나 곤충을 보고서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 다이소에서 구매한 창문틀에 꼭 끼워넣고 있어야했다. 

고향집에 있던 디지털 피아노를 아버지에게 가지고와달라고 해서 받아왔었는데 결국엔 중고로 팔아버렸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문은 페인트를 집주인 할아버지가 직접 칠했나 싶을정도로 얼룩덜룩했다. 그래도 이 때는 어려서 그런것은 개의치 않고 살았고, 잡지나 무크지에서 감각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것들을 오려다가 붙이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저 주황색 블라인드는 잘 산것 같다. 주말 늦은 아침에 햇빛이 저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면 그렇게 예쁠수가 없었다.

양갱이는 저 창틀에 올라가 밖을 쳐다보는것을 좋아했다.

집은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엔 무진장 더웠는데 양갱이가 네발 모두 벽에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쓰러워 손수건에 물을 묻혀 냉동실에 넣은뒤 저렇게 감싸주곤했다.

지금 사진을 봐도 방의 구조가 정말 난잡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저기 보이는 물건 모두 그 다음집 이사갈때도 전부 가져간걸 보면 쓸모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