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뱃지

작년 6월.

임신이 확인된 후, 산부인과에서 받은 임신확인서를 들고 보건소로 갔다.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던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는 잠정 중지된 상태였지만 임산부 등록 등의 행정 서비스는 지속되고 있었다. 

엽산제, 철분제, 임산부 뱃지, 임산부 주차 스티커 등의 여러가지 물품들을 받았고 어떤 행정 서비스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지 설명을 들었다. 임산부 뱃지를 들고 나오면서 이 뱃지를 어딘가에 매고 다닐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디자인도 색상도 모두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제일 큰 이유는 티를 내고 다니기가 민망해서였다. 

 

하지만 내 손으로 내 가방에 직접 임산부 뱃지를 매달게 되었는데 그것은 대중교통 이용할 때였다. 서울대병원에 종종 검사 및 씬지록신 용량을 맞추기 위해서 방문을 했었고, 특히나 임신 기간중에는 갑상선 호르몬의 요구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더 빈번하게 방문했다. 

대전역에서 서울역까지 KTX를 타고 이동해서 서울역에서 혜화역으로 가는 4호선 열차를 타는것이 코스의 전부였지만 임신 초기에는 배가 나올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임산부 석에 앉기엔 민망했다. 하지만 그 민망함을 넘어서 조심해야한다는 어떤 압박때문이었을까? 난 저 분홍 뱃지를 백팩에 달고 조금 민망했지만 임산부석에 앉아서 혜화역까지 갔다. 

 

그런데 웃긴건 종종 임산부석에 남자분도 앉아계시고, 할머니도 앉아계시는데 비켜달라고 할 정도의 용기는 없어서 다른 칸으로 옮겨 임산부석을 찾으러 다녔다. 사실 몇번은 그 앞에서 임산부 뱃지를 보이게끔 해본적도 있는데 각자의 스마트폰을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을 뿐 일어날께요. 라는 식의 액션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임산부 뱃지는 사람들이 내가 임산부석에 앉아있는것이 정당하게 보이게끔 만드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임산부석에 앉게 비켜주세요~가 아니라 '저 임산부라서 임산부석에 좀 앉을게요' 정도의 뉘앙스랄까. 

 

작년 6월부터 출산 전까지 대중교통 이용에는 항상 저 뱃지와 함께했다. 이젠 복자도 세상밖으로 나왔고 더이상 저 뱃지를 활용할 일은 없겠지만 나와 10개월을 함께 해준것이 고마워 사진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