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째주간 동안 먹은 것들

한 그룹이 있다. 한명은 나와 같은 당이었으나 탈당을 한 후, 다른 진보정당으로 갔고, 나머지 하나도 결국 다른 진보 정당으로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그룹이었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여전히 가끔 만나는 사이로 남아있다.
한 2년 정도 우리는 같이 만날기회가 없었다가 올 초에 어떤 계기로 하여 다시 만나려고 노력중이다.
멤버 한명은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 썩 신났는지 만나기 전부터 이곳 저곳 식당, 카페의 링크를 보내주며 적극성을 보였다.
카페를 갔다, 식당으로 저녁을 먹기로해서 우리는 약 4시 즈음에 카페에서 만났다.
대동(대전 동구의 동네인데 이 동네는 정말.. 정말 경사가 너무 높아서 운전을 하다가도 너무 높아 두려울때가 있을 정도이다. )의 five percent라는 카페였고,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경사는 높았으나 주차를 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카페는 경사 한 가운데에 커다란 건물이었고 내부는 계단형식의 좌석들이 위치해있었다. 그 좌석들은 통창을 마주보는 형식이었는데 그 통창이라는 것은 정말 한 면이 통째로 뚫려있는 창이라 내 마음도 뻥 뚫리는 듯 했다.
난 오후의 카페인은 마시지 않으므로 쑥라떼를 시켰고, 6천원을 지불하였으나 맛은 3000원의 맛이었다. 3000원은 뷰를 보는 요금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각자의 생활을 공유했고, 요즘의 여러가지 상황들을 서로 나누었다.
옥상에 앉아서 대동의 여러가지 뷰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꾸리꾸리한 날씨와 어울리게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대 우리는 실내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실내에 앉아 창밖의 뷰를 바라보며 날씨에 대해 평하다 문득 배고픔을 느낀 우리는 친구가 알아본 두번째 코스인 "끄앙반"으로 출발했다.
끄앙반은 우송대 안에 있는 태국 전문 음식적이었다. 동남아 음식의 향과 맛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너무나 기대가 되었고, 그 기대는 충족되었다.
예전 다낭 여행에서 맛봤던 모닝글로리(공심채 볶음 요리)가 메뉴로 있어 주문을 했는데 꽤나 훌륭한 맛이었다. 다만 간이 좀 쎄서 물을 많이 먹게 되었고, 금방 배가 차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대전 동구에 이런 맛있는 태국 음식점이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고 남편과 조만간 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요일 아침, 집에 밥은 있으나 반찬이 없는 그런 상황. 그리고 남편은 입맛이 없다며 아침 먹기를 거부.
나는 혼자 또띠아에 시판 토마토 파스타 소스를 스윽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뿌리고 조금있으면 흐물흐물해져버릴것 같은 방울 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토핑으로 올렸다.
180도에서 3분 예열, 190도에서 15분을 구웠더니 표면은 약간 타버렸으나 맛은 기가막혔고, 피자를 들고 남편 옆에서 먹고 앉아 있노라니 남편은 한입만을 시전하며 나에게 애교를 부려댔다. 나는 마지못해 하나 주는 척 하며 그의 반응을 살폈고, 맛있다는 말이 나오자 또 한접시 만들어 남편에게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또 20분을 기다리고 싶지 않아 한접시로 만족했다.

회사 동료 V는 나의 점심 및 산책 메이트이다. 회사 근처에 비싼 전원주택 단지를 거닐던 와중 프랩온이란 카페를 보았고, 다음날 가기로 결심을 했으나
우리가 방문한 날 그 카페는 외부 일정으로 휴업 팻말을 밖에 걸어놓았다.
어쩔수 없이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던 포뮬리에로 방향을 옮겼고 포뮬리에에서 처음으로 블루베리 스콘을 도전해보았다.
스콘에 뿌려진 어마어마한 양의 크림은 나를 흐뭇하게 했고, 블루베리 잼은 포인트가 되어 사진을 찍지 않을수 없었다.
커피맛(아메리카노 중 마틸다 선택)은 만족스러웠고, 채광 만족, 날씨 만족, 온도 만족, 크림 만족.
어느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회사로 다시 돌아가는것 하나만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다시 방문한 프랩온 은 다행히도 문이 열려있었으며 핸드드립 전문이라 온두라스 원두로 드립 커피를 마셨다.
커피맛은 준수했고, 약간의 산미가 싱그러웠으나 가격은 싱그럽지 않았으며 양은 적었다.
카페들마다 본인들이 내려주는 핸드드립 스타일이 있겠으나 이 곳은 150ml 정도의 커피가 담길까 말까한 잔에 커피를 내주었다.
나는 같이간 v에게 설마 저 잔만 주는 건 아니겠지 라며 물었으나, 그 물음은 사실이 되었다. 드립서버에 남은 커피를 줄꺼라고 생각했으나 주지 않았다.
그래도 같이 주문한 크림 브륄레는 꽤 맛있었다.
난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했으나 아니었던것을 깨달으며 사실은 좀 아까워하는 사람이겠구나. 라고 인정해버렸다.

남편과 끄앙반에 가서 다시 한번 태국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뿌빳퐁 커리, 남편은 내가 맛있게 먹었다고 이야기했던 공심채 볶음을 시켰다.
커리는 맛있었으나 게 튀김은 튀김인만큼 느끼하겠지만 너무 느끼해서 다 먹질 못했다. 커리는 꽤 괜찮았다.
남편은 공심채 볶음의 간이 너무 쎄다고 하며 다 먹질 못했고, 생맥을 2잔 들이켰다. 나보다 먼저 배가 불렀던 남편은 나보다 먼저 gg를 쳤다.
남편의 반응이 생각보다 격하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난 내가 먹고 싶은것을 먹어서 즐거웠던 점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