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이 준 대체휴일

이번 연휴는 못만났던 친구를 만나고, 직장 동료의 친구와 함께 여행을 했다.

연휴 첫날.
대학 동기이자 전 직장 동료였던 친구를 만나 옥천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옥천 카페 '기와'는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고, 남편이랑도 또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백수로 지낸지 반년이 조금 넘었는데 공사로 취직하게 되었다.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친구 말로는 3년에 한번씩 근무지를 정년까지 옮겨야한다며 취직이 되었지만 좋은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공사라고 해서 단순히 생각했을땐, 월급도 많이 받고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했지만
3년에 한번씩 매번 지역을 바꾸어야 한다는건 큰 단점처럼 느껴지긴 했다.

대학 친구들 이야기, 우리의 커리어, 나의 결혼생활, 그녀의 이직이야기 등 여러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스무살에 만난 우리가 벌써 이렇게 커버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 인생과 주변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깨달으니 나이가 먹어서 서글픈것 같다가도
성숙해진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다.

둘째날.
친한 외국인 회사 동료와 그의 친구와 같이 대전 여행을 했다.
회사 동료는 대전에 온지 거의 9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한번도 대청댐을 가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을 하기 전에 생각한 코스는
대청댐 산책로 -> 대청댐 전망대 -> 테미오래 -> 앙트르뽀 -> 옛터 순이였다.

낮은 생각보다 더웠고, 우리는 한줌의 그늘을 찾아 앉아 반미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친구중 한명은 캐나다에도 댐이 많다며, 대청댐을 보니 캐나다가 생각난다고 했다.

테미오래에 들러 대전의 충청남도 관사촌을 보여주었고, 충남도지사 관사촌 2층에 한동안 앉아서 이것저것 농담을 시시덕거렸다.

다음으로 앙트르뽀에 들러 차를 한잔씩 하면서 카드게임도 즐겼고,
친구 하나는 카페 안에 있던 피아노로 곡을 연주했다.
피아노를 잘 모르는 나지만 실력이 썩 좋았는지 연주가 끝나자 혼자 오신 손님 한 분이 박수를 치며 좋다고 작게 소리치셨다.
친구는 두곡 정도를 더 뽑아냈고, 나머지 친구 하나도 피아노 연주를 한 곡 뽑아주었다.
피아노의 조율이 잘 되있어서 다행이었고, 이 친구들 갑자기 좀 멋져보였다.

마지막으로는 옛터를 소개해주었다.
옛터는 모름지기 대전에서 연애하는 사람들에겐 필수 데이트 코스라고 알려주었다.
역시나 옛터의 전통적인 인테리어와 조경에 그들은 만족스러워했고, 우리는 갈비탕과 불고기를 한식 식당에서 먹었다.
저녁 식사후에는 옛터에 마련된 모닥불 주변에 잠시 앉아 요즘 한국 사람들에게 유행하는 불멍을 소개해주었고,
곧 주변 몇명이 불멍을 하는 것을 보자 그들은 신기해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약간 우울한 느낌이 들었다.
목요일 저녁부터 불행하고, 일요일 아침부터 불행한 이 삶을 언제까지 지속해야할까?
현재 회사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가지 것들을 배울수 있었다는건 확실하다.
다만, 이 회사를 계속 다닐수 있는 어떤 원동력이 있었으면 하는데 그것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11월까지 매우 바쁠 테고, 12월부터는 어느정도 여유가 생긴다.
약 3,4개월 정도 바쁘지 않은 그 시기동안 뭐라도 해야할것 같긴한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