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 마지막 대선

정의당 대전시당의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는 서대전 네거리에서 진행하였다.

퇴근 후, 허겁지겁 도착한 서대전네거리의 목 좋은 자리는 윤석열 후보의 유세차량이 선점하고 있었고 정의당 대전시당은 세이백화점 옆의 횡단보도에서 마지막 유세중이었다. 

나 또한 노란색 점퍼를 주섬주섬 챙겨입고 피켓을 손에 쥔 채로 선거운동을 했다. 

 

몇일전 대학교 동기와 카톡을 했는데, (나의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내가 정의당 당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미안하다며, 본인은 이재명을 찍었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안되니까 말이다. 혹시 너의 주변은 상황이 어떻냐고 물으니 다들 울면서 이재명을 찍었다고 했다. 이재명도 싫지만 윤석열이 더 싫으니까 이재명에게 표를 준것이다. 

왜 둘다 싫은데 정의당 심상정은 그 선택지중에 없는지 물어보니 정의당은 페미 밖에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지금 20,30대 청년층이 우리를 볼 때는 정의당=페미=메갈=워마드 공식이 성립되어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렇게만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에서 말하는 페미가 메갈, 워마드에서 말하는게 일치하는지 물어봤으나 그렇지 않다는건 본인도 알고 있지만 페미 라는 단어가 오염되었다고, 정의당이 아무리 페미는 그런게 아니다. 모두를 위한거다 라고 이야기해봤자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나는 저 생각이 뉴스 댓글에서나 보여지는 특정 커뮤니티 소속의 네티즌들의 망상이라고 치부했는데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 이게 인터넷상으로만 떠도는 것이 아니였구나. 라고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너무 현실감각이 없었던걸까? 

우파에서 말하는 빨갱이라는 단어가 더이상 멸칭이 아니게 된것도 어쩌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여전히 보수지에서 빨갱이, 멸공이란 단어를 걷어낸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그 단어가 주는 데미지는 이제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수준이라고 본다. 

페미라는 단어도 지금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지 않을까.

 

2014년부터 정의당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선거를 치루면서 단 한번도 쉬운 선거는 없었고, 우리에게 유리했던 적도 없다.

힘들고, 맨날 시당은 돈이 없고, 후원금을 조직해야하고, 선거 유세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고, 선거운동 나가는 당원들에게 미안함은 계속 들고, 회사일을 하면서도 신경이 쓰이고, 지지율도 신경이 쓰이고, 그래서 퇴근하면 항상 선거운동 하러 나가고, 할 수 있는건 피켓팅 밖에 없는데, 그걸 하자면 자괴감이 들고(좀 더 다른 선거운동 방식이 있었으면 하는데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 하지만 안할 수 없고. 라는 사고가 무한히 계속된다.

 

20대 대선은 갑자기 정의의 사도인냥 나타난 윤석열과 기존 여당의 거대 후보였던 이재명이 본선거 기간 전부터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냈다. 또한 배우자 리스크, 각자의 리스크, 화천대유, 대장동 등 이제는 그 이슈들을 더이상 따라가지도 못할지경에 이르렀다. 심상정이 그 대안으로써 부각되지 않아서 불안하던 찰나에 그래도 본선거 기간이 시작되고 tv토론을 하면 달라지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그것 또한 오판이었다.  정말 정치에는 감이 없는 사람이란걸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각설하고, 처참한 윤석열 후보의 언행, 정책에 대한 몰이해로 이어지는 행보가 낱낱히 들어나는데도 여전히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단단했고, 심상정의 지지율은 약간의 상승은 있었으나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발생하지도 못했다. 

지난 5년간 발생했던 산업재해, 공군 성폭력 사건등에 대해 언급한 후보는 단 하나, 심상정 뿐이었으나 윤, 이 후보의 리스크는 너무나 인기를 끄는 사건이었을까? 이슈가 되지 못했다. 

 

지난 대선 때, jtbc 토론회에서 사용한 1분 발언은 소중했고, 정의당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사용된 몇번의 1분 발언은 두 후보에게 모두 가려져버렸다. 

 

아쉬운 대선이다. 

정의당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진보 정당으로써 대안의 정치가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춥고 어려운 5년을 지나게 될 것이다. 

 

어제 같이 선거운동을 하던 당원분이 말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포기하지않으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