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를 읽고

남편과 지난 서울여행에서 영풍문고를 들렸을 때, 이슬아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섹션을 보게 되었다. 

그 중 제일 메인으로 걸려있던 가녀장의 시대라는 책을 보고 가부장도 알겠고, 가모장도 알겠는데 가녀장이라니? 무슨 이야기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며 서점 밖을 나왔다. 

 

그로부터 사흘정도가 지났을까?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가녀장의 시대라는 책이 있는것을 보고 바로 대출을 했고, 3일이 지난 후, 완독하였다. 

 

가녀장의 시대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닌, 딸이 집안 살림을 이끌고 나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족에 대한 소설이다. 이슬아 작가가 '낮참 출판사'를 운영하며 본인의 아버지, 어머니를 직원(아버지는 계약직, 어머니는 정규직)으로 고용하여 그들에게 임금을 주고, 그들의 다양한 노동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일하는 중에는 서로에게 존칭을 붙이는데 그 이질감이 상당하다가도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그리 불러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게되었다. 

 

복희, 웅이라고 아주 건조하게 부모님의 이름을 말하는데, 소설 마지막에 작가의 글을 읽어보니 실제로 본인의 어머니와 아버지란다. 부모님 모두 소설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던 그냥 알아서 하라 하셨다며. 

 

이슬아 작가도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이슬아 작가의 부모님들 또한 대단한 사람이란 것을 느꼈다. 

 

소설은 손녀, 딸, 여자,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여러 이슬아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부장의 전형적이었던 할아버지의 손녀딸 이슬아

방송에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서 방송국 사람들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여자 이슬아

본인의 루틴대로 살아가면서도 수익을 만들기 위해 직장인처럼 글을 써대는 집안의 가장 이슬아 

 

하나의 모습만 보여주는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꽤나 공감하면서 읽어내려갔고, 이슬아 본인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들을 잘 그려주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나오는 주변인들의 우습거나 뚱딴지 같은 이야기들 역시 재미를 배가해주는 요소로서 잘 작동했다. 

 

그리 무겁지는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 30대 기혼 여성으로써 많은 부분들이 공감이 가기도 했으며 재밌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