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라이프와 함께 군산을

얼마만에 군산이었을까?

작년 초가을즈음 남편과 빈해원에서 짜장면과 짬뽕, 멘보샤를 먹고 새만금 해안도로를 가로질러 선유도 드라이브를 간게 군산의 마지막 이었다. 

이번 군산여행은 친구들과 함께였다. 수다스러웠고, 서로의 지갑을 염려해주었고, 서로가 서로의 사진사가 되어준 토요일이었다.

친구들은 내가 선곡해온 클래식 음악엔 관심이 영 없어했고 그건 그것대로 재밌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11시 15분.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복성루에 늘어진 줄에 섰던 시간이다. 15분이 더 지나자 줄의 총 길이는 3배 정도가 늘어나있었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갔다. 우리는 총 30분정도 줄을 선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맛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줄을 서서 먹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원체 먹을것에 큰 시간을 쏟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다만 건강을 생각해서 골고루 먹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또 군산에 온다면 이 시간을 기다려서 먹게 되진 않을것 같았다. 참고로 친구들은 짬뽕, 난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먹고 싶었던 짜장면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아까 줄을 설때, 우리 뒤에 혼자 서있던 썬글라스를 쓰고, 기타를 매고 있던 아저씨가 맞은편 공원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으며,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와 도로를 지나갈 때, 그 분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친구 중 한명은 저런 부류의 사람이 본인 취향이라고 이야기해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후다닥 점심을 해치우고 군산 근대화거리로 차를 돌렸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2,3분 정도 걸어 항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어쨌든 항구이므로 물은 뿌옇고 상쾌한 바다향기보다 항구의 오래된 냄새만이 코를 스쳤다.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보는 바다는 그 나름대로 신이나는 배경이었고 우리는 신나게 셔터를 눌러대며 모습을 담아냈다. 

옛 조선은행 자리라고 적혀있는 곳에 설치미술품이 전시되어있었고 "Before I die I want to" 뒤의 블랭크를 채우는 형식이었다. 

누군가가 화성에 가겠다라고 적어놨으나 화살표로 수원 화성이라고 적어놓은 무례한 글도 봤으며(하지만 웃긴건 사실이었다.), 죽기전에 하고 싶은것! 과는 상관없이 XXX❤️XXX 따위의 정말 한국인스러운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낙서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하나는 그것을 비웃으며 저런거 쓰는 애들이 빨리 헤어진다며 혀를 끌끌찼다. 

어쨌든 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니 나도 내 이름을 남겨야지 하며 분필로 내 소망을 적어보았다. 

틈 이란 카페를 찾아들어가다가 발견한 한 건물의 뒷편이다. (뒷면이다. ) 창문과 눈썹, 코가 너무나 다분히 의도적으로 "난 누군가가 공공미술로 그려줬어"라는 티를 내길래 셔터를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왼쪽눈 흰자 어디갔냐.

카페 '틈'에서 에스프레소를 시켰으나 설탕이 나오지 않아 따로 주문을 해야했다. 에스프레소 하면 설탕을 준다는건 선입견인걸까? 어쨌든 나오지 않은 설탕을 요구하고 자리에 앉아 매장을 둘러보았다. 매장안에 모든 소품들은 질서정연했고, 통일감이 있었으며 내집소망증후군 이  발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중정이 있는것과 둥근 창이 곳곳에 뚫려있는것이 옛 일본 양식을 가져온듯 했다. 

우리는 카페가 예쁘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맹렬하게 셔터들을 눌러댔다. 

초원사진관 군산 시내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였다. 초원사진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인파가 줄을서있었고, (오히려 내부는 한가했다.) 옆에서는 트로트가 흘러나왔으며, 그 트로트에 맞춰 젊은 여자아이들(20대 초반으로 보였다.)이 개량한복을 맞춰입고 율동을 하고 있는 언뜻 매칭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며 사진관 간판을 후딱 찍고 도망치듯 그 골목을 벗어났다. 

초원사진관에서 신흥동일본식가옥으로 가는 골목골목에는 예쁜 소품 가게들이 즐비해있었고, 그 골목에서 나오자 친구둘은 양손이 무거워져있었다. (난 백팩을 메고 있었다.) 우린 비누가게, 액세서리, 문방구, 마이페이보릿(영화굿즈샵), 썬캐쳐샵, 모어앤모어(편집샵) 등을 순회하였다. 위의 팥 비누의 설명이 유쾌하여 한장 찍었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포스터 하나 걸고 싶다면, 돈을 쓰고 싶다면. 마이페이보릿에 한번 들어가보시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m양 선물), 중경삼림, 콜미바이유어네임, 플립 엽서를 사가지고 나왔다. 

모어앤모어는 말이 필요없는 편집샵이었고, 멋스러운 사진 포스터와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소품들로 가득차있었지만 난 향냄새가 나는 나무 뭉치를 만이천원에 사왔다. 어쨌든 또 군산에 간다면 다시 한번 들리리. 

일본식가옥은 몇번이나 갔지만 아무런 흥미가 들지 않았다. 다만 옆에 있는 빨간색 열매가 탱글거리고 있어서 사진에 담지 않을수 없었다. 

 

날씨도 쾌청했고(친구하나는 오늘 태풍이 온다며 우리를 몇일간 걱정하게 만들었다.) 혼잡합은 적당했으며(복성루 앞 제외),

우리가 가고 싶었던 모든 선택지를 클리어할수 있었던 완벽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