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월의 서울 여행

복자가 태어나기까지 약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우리 부부에게 남았다. 이 시간동안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싶었으나, 임신 말기에 비행기를 탄다는 부담감이 있는터라 해외여행은 패스. 

결국 우리가 21년도 1월에 신혼여행으로 갔던 서울로 다시 떠나게 되었다. 

 

1월 1일.

송탄 -  숙소 - 연남동 - 을지로입구 - 숙소

신라스테이 광화문의 체크인 시간은 3시 이후이고, 그렇다고 차를 끌고 서울을 왔다갔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 남편이 어린시절을 보낸 송탄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남편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차를 타는 내내 본인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남편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상상해보았다. 

 

송탄이라는 동네는 미군 부대가 꽤 유명하여, 햄버거, 부대찌개가 꽤나 유명했다. 

점심으로 먹은 송탄최네집부대찌개는 다른 부대찌개와는 달리 김치가 꽤나 많이 들어가 짭쪼롬하고 아삭씹히는 맛이 좋았다. 그렇지만 음식에 딱히 조예가 없는 나로써는 괜찮다. 정도의 감상정도만 남았다. 다만 남편은 옛날 생각이 났는지 매우 맛있게 먹으며 맛있지 않냐며 나에게 답을 재촉했다. 

가게 주차장에 주차를 봐주시는 분이 적어도 3명이 있었는데, 짐작컨데 정말 장사가 잘되는 집이 맞나보다 싶었다. 

 

송탄에서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송탄 미군부대 앞에 형성된 거리였다. 뭐랄까. 한국스러운 체인점의 간판들을 제외하곤 이국적이긴 했는데 그 이국적인 느낌이란 것이... 이태원의 아류 같은 느낌의 골목이였달까?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분위기를 냈다는 것이다. 골목마다 느낄수 있는 이국적임이 꽤나 신선했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송탄 햄버거에는 계란 후라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특이점이라고 하였다. 그때는 노상점포들에서 꽤나 햄버거를 많이 팔았던것 같은데 1월 1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제 노포들이 사라진건지 현재는 없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미스진 햄버거였는데, 가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꽤나 손님들이 많았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또한 햄버거를 주문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왜냐면 햄버거의 맛이 우리가 흔히 먹는 버거킹, kfc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스러운 햄버거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온다는 것에 꽤나 놀랐다. 

햄버거 안에 속 재료는 양배추+케첩 조합의 전형적인 한국형 샐러드였고, 패티는 소고기 패티긴 한데... 원 모양의 플랫한 패티였으며 정말로 실제로 계란 후라이가 올라가있었다. 

너무나 한국스러운 햄버거를 남편은 추억에 잠겨 맛있게 먹었고, 부대찌개로 배불렀던 나는 감자튀김을 시켜 케첩에 찍어먹었다. 참고로 햄버거 단품이 5000원이였는데 단품 가격치곤 비싸지 않은가 싶었다. 하지만 손님들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골목을 돌아다니는데 특색있는 가게들이 꽤나 있었고, 짭...도 많았으며 이 추운날씨에 차가운 콜라캔을 밖에서 음미하며 돌아다니는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햄버거를 먹고 신라스테이 광화문으로 출발하여 한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말로만 듣던 연남동에 도착하게 되는데.... 

숙소 근처에서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어 25분? 가량 걸려 도착했다. 

제주, 지리산 올레길 둘레길은 들어봤어도 연남동 올레길이 있었을 줄이야. 

이렇게 맛이 없게 찍혔을 줄이야. 테누커피에서 실타래 빙수를 이 추운 날씨에 먹어보았고, 탁월했으며 설빙에 못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그보다 적은 단맛에 우리는 브라보를 외쳤다.

실타래빙수, 크럼블, 아이스크림, 약간의 찰떡은 너무나 훌륭했지만 지금 이날씨에 먹기에는 오버아니었나 싶다. 이 이후 나는 편도가 따끔따끔 거렸고, 심각하진 않지만 약간 편도가 부은것 같다. 추운날에 차가운거 먹지 맙시다. 

 

이 이후로 우리는 홍대입구역까지 주욱 걸어갔으며, 여러 가게들을 둘러보고, 방문하고, 밖에서 예쁘다고 하고.

그걸로 끝이었다. 

연남동과 우리 부부의 상성은 그리 맞지 않았는지 특별한 감상은 남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있는 우육면 공방에서 우육면을 각자 하나씩먹고 영풍문고에서 6공 다이어리를 2개 샀으며, 숙소로 들어와 4시간 가량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임신 말기라 저녁 일정을 왠만하면 소화하고 싶지 않았는데 티비를 보는데 우리 시간을 낭비하니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새벽에 잠시 깼을 때, 숙소 옆에 위치한 조계사에서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행 이틀간 새벽마다 그 목탁 소리를 듣고 딴짓을 하다 다시 잠이 들었다. 

 

1월 2일

국립중앙박물관 - 성수동 - 숙소 - 조계사 - 종각

아침은 설렁탕으로 시작했다. 

우리 둘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했었는데 왠지 모르게 여행을 가면 삼시세끼를 다 먹어야할것 같은 느낌이다. 

숙소 근처에 유명하다는 설렁탕 집에 방문했다. 백년가게라고 적혀있던데 왜 주소표지판까지 바랜걸까. 의아했다. 

설렁탕에는 간이 정말 아무것도 안되있었는데(심지어 파도 넣어주지 않고 나온다) 남편 말로는 원래 설렁탕이라는것이 간이 안된 상태로 나오는게 맞단다. 

어찌됐든 테이블마다 비치된 소금통 / 대파통 / 김치통 / 깍두기 통을 이용해 각자 먹고 싶은 스타일로 설렁탕을 제조하여먹었는데 슴슴하니 괜찮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백년가게라고 해서 정말 너무 너무 맛있고, 또 먹고 싶고 하는 집은 잘 없다고 본다. 너무 자극적이라면 오히려 오래 가지 못하지 않을까? 어쨌든 뜨끈한 아침식사로 배를 뜨끈하게 데우고 우리는 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중앙박물관은 실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역시나 "국립"이 붙은 애는 다르구나. 근데 거기다가 "중앙"까지 붙었어? 대단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지역에 있는 박물관에서 볼수 있는 것들이 한데 모여 떼로 보여지니 그 갯수와 규모에서 압도를 당했다고 표현하는것이 맞겠다. 하지만 짐작할수 있든 국사 시간에 배운 것들이 전시되어있어 큰 흥미를 주진 않았다. 

신기한 것은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들의 말소리에 따라 전시물 앞에서 필기하고, 답을 쓰고 있다는 것인데 요즘엔 이런 교육 컨텐츠도 있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각자 헤드폰을 끼고, 선생님은 설명을 진행하고. 

 

미술관에서는 도슨트가 있어 특별전시들을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여기선 교육플랫폼에 고용된 선생님들이 3,4명의 소규모 그룹의 아이들을 모아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이 신기했다. 남편도 교육 업계에 몸을 담고 있어서 그런가 아이들이 들고다니는 가방의 이름을 보고 검색을 하더니, 3차례? 4차례에 3만 5천원이라며. 괜찮은 교육 사업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커다란 3면이 디스플레이로 되어있어 어마어마한 동영상 컨텐츠들이 전시되었다. 걷다가 지치면 들어가서 30분 정도 멍하니 보고 나오는것을 적극 추천한다. 한두푼 들어간 컨텐츠가 아니라 정말 찐으로 잘 만든 컨텐츠들이며 금강산이야기 / 산수화를 배경으로 한 백성들의 모습 / 윤회와 지옥을 소재로한 한국형 불교 지하이야기 등의 영상들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어떤 아이들은 내 옆에서 쓰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2층의 한 전시실 안에 딱 두개의 반가사유상이 전시되어있다. 이 곳은 바로 사유의 방. 국립중앙박물관의 작년 메가 히트작이 아닐까 싶다. 

이 큰 공간에 놓여진 두개의 조각품 만으로 우아함과 공간감. 그리고 중앙박물관이 주고자 했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참고로 남편이 재작년 선물로 준 반가사유상을 한번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공식 굿즈이자 여전히 잘팔리고 있는 핫템으로 알고 있으며 금/동 색상이 아니라 주황색인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 나는 이 반가사유상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자 노력하려 한다. 

는 힘든것 같고 우선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는 정말인지 볼거리 천지이며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위 사진은 십이지신인데 남편에게 뱀띠, 소띠 두개를 사자고 했지만 어두운 느낌이 든다며 거절당했다. 

 

중앙박물관을 뒤로 하고 성수동의 난포라는 퓨전한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를 하기 전 웨이팅이 있어 잠시 근처 빵집에 들렸는데 이 많은 손님들은 빵이 맛있어서 온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평범한 맛의 빵집이었다.

먹어본 빵은 크로아상 이었는데, 집 근처의 뚜레주르의 크로아상이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력 메뉴가 크로와상이 아니라 이 무화과 크림 바게뜨였던것 같은데 식전에 먹기 전엔 부담스러워서 시도해보진 못했다. 

셋다 괜찮은 맛이었고, 제일 맛있었던건 새우 감자전. 건새우와 칵테일이 들어간 감자전이었는데 먹어보지 못한 식감이라 즐거웠다. 그러나 웨이팅을 할 정도의 맛집이냐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래도 예쁜 음식과 적당한 맛, 적당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우린 걸어서 Point of View 라는 곳까지 갔다. 핫한 문구점이라고 해서 갔지만 제일 기본적인 다이어리 속지조차 볼 수 없어(전날 영풍문고에서 사긴 했지만 혹시나 더 예쁜것이 있을까해서 찾아보았다.) 아쉬웠다. 요즘 유행하는 문구샵에 비해 제품의 퀄리티나 종류의 고급짐은 더할나위 없었다. 

양갱이와 판박이로 생긴 고양이 엽서가 있어 바로 구매하였다.

유명하다는 노티드 도넛을 먹고(맛있었지만 이것을 먹으러 성수동에 올것 같진 않다.) 2호선을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한시간 반 정도 쉬었을까? 해가 저물었을 때, 숙소 뒤에 위치한 조계사를 방문하였다. 

 

조계사는 찬란히 빛나고 있었고, 등불로 인한 그 영롱함이 꽤나 신성스러워보였다. 대웅전 내부는 찍지 못하였으나 우리가 방문하였을 때는 어떤 예식을 하고 있었던것 같은데 불교용어로 무엇이라 지칭하는지는 알수 없다. 다만 꽤 많은 신자들이 스님의 법구경?을 같이 따라 읖고 있었고, 그걸 옆에서 듣노라니 기분이 묘해졌다. 대웅전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부처상 3개가 놓여져있었는데 내가 지금껏 본 대웅전 안에 위치한 부처상 중에 제일 크다 할 수 있겠다. 역시 조계종의 본진 파워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종각으로 걸어가 즉석떡볶이를 먹고, 천년동안도 라는 재즈바에서 재즈를 듣다가 10시 30분경 숙소로 들어왔다. 

재즈바에서 공연이 매일매일 열린다는것이 정말 이게 서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에도 유명한 재즈클럽인 옐로우 택시도 일주일에 많아봤자 두번정도 공연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은 이런 공연이 매일 열리다니 문화의 도시 서울답다는 생각을 했다. 

무알콜 모히토 한잔

 

1월 3일

현대미술관 - 우래옥 - 국립중앙박물관 - 집

 

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 이중섭 전 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예약하려 들어간 시점에 모든 예약은 마감이 되어있었고, 난 그럼 상설전시 아무거라도 보러가자고. 난 현대미술관이 궁금하다고. 라며 남편과 함께 숙소를 나섰다. 

10시에 맞춰 미술관에 도착했는데 정말 운이 좋겠도 현장예약을 받고 있었고, 우리는 10시 30분에 입장 가능한 대기번호 8번을 받았다. 이건희 컬렉션에 욕심이 없다는 나의 말과는 무관하게 남편에게 기쁘다고 말했다. 

백여점이 넘는 그림이 전시되어있었고,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중섭이라는 작가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가족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그림에서 느낄수 있었다. 수많은 편지를 남겼다는데 남편은 나에게 지금껏 단 한번의 편지만을 써줬다며 핀잔을 주었고, 남편은 그런 나를 향해 넌 한번도 쓰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다른 특별 전시도 관람하고 내려왔고, 역시나 미디어아트를 보고 있노라면 한번쯤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하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며 현대미술관을 떠났다. 

 

우래옥에 드디어 방문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남편은 닭고기 육수가 베이스인 것을 좋아하는데 서울에 있는 평양냉면을 대부분이 소고기 육수라 딱히 끌려하진 않았다. 그래도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래옥이 위치한 것을 알고 우린 방문하였고, 남편의 평양냉면 외길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평양냉면으로 손꼽혀졌다. 나도 지금껏 남편때문에 억지로 먹어본 평양냉면들 중엔 제일 준수하다고 느껴졌고, 지레 또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온면을 주문했던 내가 너무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평양냉면 6000원, 온면 6000원, 주차비(주차장이 있었는데 근처가 완전 시장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차 자리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노상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6800원. ^^. 

후회하지 않는 맛이며, 남편은 집에 내려가는 내내 우래옥을 찬양했다. 

 

남편의 겨울 방학겸, 나의 휴가겸 같이 떠난 서울 여행은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고, 어떤 부분은 아쉬웠다. 괜히 힙스터들 따라한다고 갔던 연남동, 성수동은 생각보다 남는것이 없었고, 오히려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국립 붙은 애들을 더 다녀볼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둘째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던 깜찍이 호랑이...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우리 부부는 집에 내려가는 길에 다시 중앙박물관에 들려 구매를 하게 되는데.... 우리 여행경비의 반은 깜찍이 호랑이 두마리가 가져갔다. 

호랑이 열정으로 우리 복자와 함께하는 새로운 2023년이 되었으면 한다.